트럼프가 쓴 책 17권을 통해서 본 트럼프 철학 대해부

  • 홍장원,김하경 기자
  • 입력 : 2016.11.11 16:11:18   수정 : 2016.11.11 17: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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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지금까지 책을 17권이나 펴낸 인기 작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부동산 투자, 금융 재테크, 정치·사회 이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를 이동하면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 왔다. 17권의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로 압축하면 단연 '승부사로서의 트럼프'가 부각된다. 그는 2008년 출판한 '트럼프, 포기란 없다'란 책을 통해 처음 부동산 업계에 뛰어들 당시 암울했던 시장을 전하며, 자신이 여기까지 온 것은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004년 펴낸 '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에서는 '혼전계약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결혼도 비즈니스로 보는 냉혹함을 드러냈고, 1990년 '정상에서 살아남기(Surviving at the top·영문판)'에서는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려면 나처럼 해야 한다"며 이슈를 따라가는 미디어 속성을 사업에 이용하는 수완을 보인다. 대선 출사표를 2016년 출간한 '불구가 된 미국'으로 던지는 전략도 선보인다. 그는 책에서 "미국을 위기에서 건져내자"며 "미국 양당(공화당·민주당)을 뿌리부터 흔들어 바꿀 것"이라고 일갈했다. 

▶ 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 2004년 김영사 

'아무리 사랑해도 혼전 계약서를 써라.'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2004년의 트럼프 저서는 그가 사업가로서 어떻게 냉철한 성공을 거뒀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책을 통해 "누구나 결혼생활을 안정적으로 오래하기 바라지만 이를 방해하는 어려움이 많다"며 "(혼전 계약)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고작 몇 년 산 사람에게 전 재산을 줄 가능성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강조한다. 실제 트럼프는 두 번의 이혼 과정에서 혼전계약서 힘을 빌려 손실을 크게 줄인 바 있다. 결혼 문제마저도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볼 만큼 냉혹하고 현실적인 그의 성향이 잘 나타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책에서 '크게 생각하고, 크게 살라'면서 "브루클린의 누추한 집보다 마천루 하나를 사는 것이 더 쉽다"고 일갈하기도 한다. "나를 화려한 여자친구와 함께 전용 비행기로 개인 골프장을 누비며, 대리석 마룻바닥에 금으로 장식한 욕실을 갖춘 초호화 아파트에 사는 비즈니스 거물로 묘사하는 만화가 있는데 그건 사실"이라고 말하며 '배짱 있게 살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 보통사람들의 부자되기 90일, 2009년 베가북스 

'일은 부지런히 하는데 출세를 못하고 있다면 엉뚱한 일만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트럼프 대학'에서 강의한 연사 원고를 트럼프가 편집해 낸 책이다. 트럼프 대학은 트럼프가 2004부터 2010년까지 운영한 부동산 투자 학원이다. 

그는 책을 빌려 "(나 같은) 백만장자는 '하기 싫지만 맨 먼저 해야 할 일'을 정면으로 부딪쳐 처리하지만 보통 사람은 그런 일을 뒤로 미룬다"며 "백만장자는 유쾌하게 100만달러를 벌지만 가난뱅이는 항상 바쁘게 일하며 요란을 떨어도 실속은 없다"고 평가했다. '바쁘다는 것'과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유산 상속 계획을 잘 짜서 세금을 줄이고, 세금징수원들로부터 자산을 지키는 방법도 설명한다. 

▶ 정상으로 가는 길, 2004년 황금가지 

'간결하게 압축하고 또 압축해라.' 이 책은 트럼프가 성공한 사업가로 인정받는 154명의 CEO들에게 편지를 보내 '당신을 성공으로 이끈 생애 최고 비즈니스 조언은 무엇이냐'고 물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 엮은 책이다. 돈 허드슨 당시 펩시콜라 북아메리카지부 사장은 "간결하게 핵심만 찔러라"고 조언했다. 트럼프는 연설을 초등학교 수준의 단어로 매우 쉽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좋은(good)' '나쁜(bad)' '어리석은(stupid)' '위대한(great)' 같은 간단한 단어를 집중 배치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놓고 '나쁜 사람, 아주 나쁜 사람(bad guy, very bad guy)'이라 평가하고,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어리석은(stupid)' 사람들이라고 평가하는 식이다. "아홉 살짜리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당시 AFP통신의 평가였다. 핵심 메시지만 압축해 반복하는 게 귀에 쏙쏙 박힌다는 사실을 트럼프는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 글로벌 시대의 부동산 투자전략, 2007년 동아일보사 

'운에 기대지 마라.' 트럼프가 신뢰하는 '부동산 친구' 90명의 조언을 담아 챕터별로 하나씩 소개하는 형식으로 꾸몄다. 그는 스테펀 스워너풀이 조언한 '이기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챕터를 통해 "성공은 구체적인 사고, 상황 인식, 장애물 측량과 실행의 결단성에서 나온 결과"라며 "절대로 운에 의지하지 말고 거래의 모든 것을 장악해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라"고 조언한다.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경선 후보 당시부터 이목을 고려하지 않는 기행적인 발언을 내뱉은 것은 "자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영역에서 싸우겠다"는 치밀한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트럼프, 포기란 없다, 2008년 재승출판 

'불가능한 일도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후보에 뛰어든 지난해 중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대통령이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불가능한 일'로 치부됐던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었다. 

이 책은 트럼프가 1970년대 맨해튼 부동산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당시를 회고하며 시작한다. 당시 부동산업을 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안 좋다는 얘기를 듣고 좌절했지만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트럼프는 "아무리 힘든 순간이 있어도 그다음에 올 달콤한 성공의 순간을 기억하라"며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도 가까워진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 "큰 문제는 더 큰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며 "적을 친구로, 경쟁자를 동맹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존 정치세력과 미디어로부터 음담패설과 정제되지 못한 언동으로 집중 포화를 맞은 트럼프가 어떻게 맷집을 키웠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 The America We Deserve(영문판), 2000년 르네상스북스사 

'이민자는 미래의 범죄자들이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비(非) 정치인인 그가 내뿜는 '신선함'이었다. 진부하고 지루한 말만 늘어놓는 기성 정치인과 다르게 파격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눈길을 끌었다. 16년 전에 쓴 이 책은 그가 미래의 대통령이 될 것을 내다보고 쓴 책인가 싶을 정도로 지금 내놓는 정치 전략과 유사하다. 과도한 관료화가 시민사회 인프라와 공교육 시스템을 망쳤다고 맹비난한다. 이민자들을 '잠정적 범죄자'로 보는 그가 던지는 범죄에 대한 철학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 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부자: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말하는 부의 공식, 2007년 리더스북 

'부자가 되고 싶으면 금융IQ를 높여라.' 

트럼프가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와 공동 집필한 책이다.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는 지면 강의로 부를 만하다. 

트럼프는 이 책을 통해 '소극적인 투자자는 돈을 투자하지만, 적극적인 투자자는 시간을 투자한다'며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하라고 주문한다. 될성부른 기업과 부동산에 돈을 묻어 시간에 따라 가치가 오르는 '복리 투자의 마법'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 몇 푼에 휘둘리는 단기 시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IQ를 높여야 하며, 사회와 경제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고 트럼프는 조언한다. 

트럼프는 "우리는 실수로부터 배우고 발전하지만 결국 1등만 살아남는 게 현실"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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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ump:Surviving at the top(영문판), 1990년 랜덤하우스사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려면 나처럼 사업을 하라.' 트럼프가 사과를 들고 특유의 자신감에 찬 미소로 무장한 사진이 실린 표지가 이채롭다. 그는 이 책에서 본인 소유의 빌딩과 자산에 대해 '내 것(my)'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그는 "사업으로 주목을 끌려면 나처럼 자신만만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자기애를 늘어놓는다. 자신이 가진 부와 명예에 대한 애정도 아낌없이 밝힌다. 그가 한없는 자기애를 기반으로 더 큰 꿈을 꾸는 자신을 채찍질해왔다는 걸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 거래의 기술, 2016년 살림 

'모든 인간관계는 거래다.' 

트럼프의 첫 번째 책이자 베스트셀러다. 1987년 초판이 나왔다. '인간' 트럼프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그가 전하는 거래의 기술은 사업에 국한된 게 아니다. 가족, 친구, 적 등 그가 만나는 사람뿐 아니라 그가 당면한 도전 과제와 타파하려는 관념까지 모두 트럼프에게는 거래의 대상이다. 그는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 어떤 사람들은 캔버스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또 훌륭한 시를 쓰지만 나는 그 대신 거래를 한다"고 표현한다. 승부사 트럼프는 앞으로 전 세계 국가 정상을 상대로 온갖 거래를 제안할 것이다. 

그는 거래의 원칙으로 11가지를 든다. 1원칙은 '크게 생각하라,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라'다. '언론을 이용하고, 희망은 크게 보이게 하되 비용은 적당히 써라'고 조언한다.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는 표현도 전한다. 

▶ Time to get tough:Making America Great Again(영문판), 2015년 레그너리사 

'오바마 정부가 미국을 망쳐놨다.' 

이 책의 초판은 2011년에 출간됐다. 그런데 2016년 대선 레이스에서 주장한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실상 대선 연설 초안은 이때 나온 것과 진배없다. 

부와 명예가 모두 실추된 미국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가 자신이라고 상기시킨다. 이민 제한 정책부터 오바마케어 폐지에 이르기까지 트럼프의 머릿속 대권 구상이 그대로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Think BIG and Kick Ass in Business and Life(영문판), 2010년 하퍼콜린스사 

'크게 생각하고 주장을 굽히지 마라. 보란듯이 성공하라.' 

트럼프가 동료 사업가인 빌 쟁커와 함께 쓴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주변에서 어떤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연설 문장을 교정하라는 무수한 지적에도 트럼프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해 대통령이 된 것과 일맥상통한다. 트럼프와 빌은 삶에 '거대한 공식을 대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사업을 하다보면 언제나 질투심에 불타 남의 사업을 망하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맞서 싸우려면 항상 넓은 안목으로 사안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동 저자 빌 쟁커는 성인교육 회사 '러닝 아넥스'의 창업주로 도널드 트럼프를 만난 후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다. 

▶ 불구가 된 미국 :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 2016년 이레미디어 

'미국을 위기에서 건져내자.' 트럼프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후 쓴 책이다. 대선 출사표로 불린 책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비전과 포부를 일목요연하게 담았다. 책의 부제는 트럼프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로 정했다. 책을 통해 기성 정치인과 다른 자신만의 차별점에 대해 강조한다. 트럼프는 "수십 년 동안 정치인이 해온 게임을 그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당을 흔들어 뿌리부터 바꿀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가 바라보는 미국은 선조들이 세운 미국의 위엄을 잃은 허약한 모습이다. 그래서 '불구가 됐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미국인에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내가 말한 대로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피력한다. "해답은 지금 워싱턴DC에서는 찾을 수 없다. 오직 나만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일갈한다. 

[홍장원 기자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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